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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07 865회 0건
게임이 이뤄졌던 A와 B방에서 하나 둘 참여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로비의 대형 스크린으로 향해 걸어갔다. 스크린에는 아직 치킨 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개년 넌 끝까지 도움을 안 주더라.”

“훗. 그 늙은 년 공략 하나 제대로 못해서... 아슬아슬했어. 니 개자지가 발정 난 것은 알았지만, 최소한 이겨야 될 것 아니야. 아주 제대로 즐겼나 봐.”

“씨발. 지 보지는 안 즐겼을까.”

영수와 은희가 서로 보자마자 티격태격 거리며 말다툼을 했다. 그러나 거친 입과는 달리 표정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영수는 생글생글 웃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어찌 됐든, 2승을 확보한 부부가 아니던가.

“씨발. 개 잡놈년들...”

영수와 은희를 노려보며 민혁이 소리쳤다. 영수와 은희가 민혁을 쳐다봤지만, 지독한 욕설을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로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저 자식 자지가 꽤 괜찮았나 봐? 걸레 중의 걸레가 그렇게 고생을 하다니...”

“걸레 중의 걸레? 씨발놈이 지 마누라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야, 개자식아 니 자지보다는 귀엽고 예쁘더라. 니놈 자지가 씨발 말이 자지지. 뱀처럼 징그러워서 원...”

“개년이 서방 자지를 보고 징그럽다니...”

민혁은 자신의 귀를 뜯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 영수와 은희의 대화가 그만큼 저급했지만, 당당하게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자신을 깔보며 능멸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야이... 개 잡놈년들아... 조용히 안 해!”

다시 한 번 민혁이 소리를 쳤다. 배신을 당한 울분이 민혁의 외침에 묻어났지만, 역시나 영수와 은희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어이. 형씨 거 참... 입이 험하요?”

영수가 싸늘한 목소리로 민혁에게 말을했다.

“너희 잡놈년들이... 씨발... 배신을...”

“하하하하하.”

민혁의 말에 영수가 한참동안 크게 웃었다. 그러더니 한심하다는 듯이 민혁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속은 놈이 병신 아니오? 뚝 까놓고 말해서 게임 규칙에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은 없지 않았소. 이런 곳에 와서 처음 보는 사람 말을 덜썩 믿은 당신들이 병신이지. 도대체 왜 우리를 탓하십니까?”

“호호호.”

영수의 말에 은희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민혁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그들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당신 같으면 2승을 거저 넘겨주겠소? 우리도 돈이 필요하지만, 돈의 욕심에 눈이 먼 건 당신들이오. 쉽게 먹으려고 했잖소? 우리는 그것을 조금 이용했을 뿐이고... 남 탓 할 것 없소. 다 자업자득이지...”

“씨발.”

“거참. 씨발 씨발 거리지 맙시다. 듣는 사람 기분 나쁘니까.”

배신을 한 영수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의 말이 결코 틀리지도 않았다. 이런 비상식적인 게임이 이뤄지는 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믿고 약속을 한 것 자체도 문제였다. 민혁은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눈물을 흘릴 수는 없었다. 영수와 은희가 또 얼마나 비웃을 것인가.

“여... 여보.”

민혁과 영수가 대립하고 있는 중에 뒤늦게 A 방에서 서영이 초췌한 모습으로 나왔다. 서영은 누가 보더라도 당장 힘이 없어 주저앉을 기세였기에 민혁히 황급히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서영은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그 모습을 보는 민혁의 가슴은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

“괘... 괜찮아.”

민혁이 물었고 서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아직... 나... 괜찮아.”

말을 더듬는 서영의 모습에 민혁이 다시 한 번 영수를 노려보았다. 그런 민혁에게 영수는 환한 웃음과 더불어 서영을 또 다시 능욕하는 말로 대답했다.

“하하하.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어. 당신이 내 자지에 보지를 벌렁벌렁 거리는데... 황홀해서 죽을 것 같았거든. 내 자지에 만족해하던 당신의 눈빛 잊을 수 없을 거야.”

“이 개자식아!”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민혁이 영수에게 주먹을 쥐며 달려들려고 했다. 당장이라도 영수의 입을 주먹으로 내리쳐서 부셔버릴 기세였다. 민혁이 달려들고 있었지만, 영수는 몸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 테면 오라는 모습이었다. 민혁이 영수의 얼굴을 치려고 주먹을 휘둘렀지만, 그 분노의 기세는 끝까지 가지 못했다.

“안 돼!”

힘겨운 모습을 하던 서영이 온힘을 쥐어짜서 외친 것이었다.

“왜 주먹을 멈추시나? 하하하하.”

민혁의 코앞에서 영수가 비아냥거렸다. 민혁의 주먹은 영수의 얼굴 앞에서 파르르 떨며 멈춰 있었고, 서영의 말에 주먹을 풀며 아래로 내려야 했다.

“차... 참아야 해. 지금 그 분노를 표현하면... 우리는... 우리는...”

“씨이이발!”

주먹을 푼 민혁이 크게 욕을 한 후, 영수에게 뒤를 돌아 서영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서영을 다시 부축하며, 그녀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영수와 은희가 싸늘하게 민혁과 서영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 속에는 2라운드 세 번째 게임도 승리하여 두 사람을 아예 나락으로 떨어뜨리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아예... 죽여 버리겠어.”

“그거 재밌겠는 걸. 훗.”

영수 부부가 민혁과 서영을 조롱하는 가운데, 대형 스크린에는 치킨 박의 모습이 나타났다.

- 하하하하. 아주 즐거웠습니다. 놀라운 반전이 있어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너무너무 짜릿했어요. 절로 박수가 나올 정도였으니... 하하하.

방정맞은 치킨 박의 말에 민혁은 다시 한 번 울화통이 터졌다. 그러나 서영의 제지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 하하하. 이제 마지막 게임만을 앞두고 있는데... 최민혁님과 김서영님. 코너에 몰리셨네요. 하하하. 반드시 세 번째 게임을 승리하셔야 하는데... 행운을 빌겠습니다. 하하하. 그렇다고 김영수님과 박은희님이 지길 바라는 건 아닙니다. 역시 최선을 다해서 3승에 도전해주세요. 하하하.

치킨 박이 두 쌍의 부부를 격려 아닌 격려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두 쌍의 부부는 서로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한쪽은 여유가 넘쳤고, 한쪽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 세 번째 게임을 알려드려야 하는데... 조금 이르지만 점심 식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하. 사실 제가 조금 배가 고프거든요. 여러분들도 이곳에 일찍 오셨기에 아침도 제대로 안 챙기셨을 것이니... 사실 게임을 하더라도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잖아요? 하하하. 더구나 우리 여전사 김서영님이 너무 지쳐 보입니다. 마음이 아파요. 이러면 제대로 된 게임이 될 수가 없지요. 하하하. 김영수님이나 박은희님도 이해하시리라 생각하며... 1시간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1층에 식사가 준비되어 있고... 샤워하실 분들은 샤워 하세요. 더운 날에 땀도 많이 빼셨을 테니... 하하하하. 1시간 후에 뵙도록 하지요.

이른 시간이었지만, 점심시간을 갖는다는 치킨 박의 말에 가장 반가워하는 사람은 민혁이었다. 자신이 보아도 서영은 몸과 마음이 상당히 지쳐 있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장 게임에 들어가면 지친 몸과 마음으로 영수와 은희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젠장. 빨리 끝내버리지.”

“후훗. 재밌어.”

“밥이나 먹자. 밥 먹고 힘내서 보지를 아주 찢어버려야지.”

“호호. 그러면 난 밥 먹고 힘내서 자지를 뽑아버려야 하나?”

마지막까지 영수 부부가 민혁과 서영을 조롱했다. 그리고 영수 부부는 점심 식사를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민혁과 서영은 영수 부부의 말을 무시하려고 애를 썼다.

“좀... 쉴까? 어디 누워 있을래?”

민혁이 서영에게 물었다. 그러자 뜻 밖에도 서영의 입에서 점심 식사를 하자는 말이 나왔다.

“우리도... 밥을 먹자.”

“괜찮겠어?”

“똥이 더럽다고 피할 수만은 없잖아. 그리고.... 먹고 힘내야지. 힘을 내야 이기지. 세 번째 게임은 반드시 이겨야 하잖아. 비겨도 우리는 루저가 될 테니... 나 꼭 이겨 낼 거야.”

힘없이 중얼거렸지만 서영의 의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민혁은 그런 서영을 부축하며 천천히 1층으로 내려갔다.

***

1층 로비에는 두 테이블에 점심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먼저 내려 온 영수와 은희가 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게걸스레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들을 힐끔 쳐다 본 민혁이 서영을 데리고 다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한정식인데... 참... 많다.”

민혁의 말대로 컴퍼니에서 준비한 점심 식사는 상당히 푸짐했다. 아니, 푸짐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마치 전라도 한정식을 보는 듯 했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많은 음식들은 육지와 바다를 온전히 표현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대단했다.

“다른 곳에서 이런 상차림을 받았다면... 무엇을 먹을까가 아니라 어떤 것부터 먹어야 하나 고민했을 것 같아.”

“... 물 좀 줘,”

민혁이 상차림에 놀라는 사이 서영은 자신의 앞에 배추김치가 담긴 그릇을 놓았다. 그리고 민혁에게 물통을 받아 그대로 쌀밥에 붓기 시작했다.

“물 말아서 먹으려고?”

민혁이 물었고 서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밥 맛 없어.”

사실 밥맛이 있을 리가 없는 서영이었다. 단지 힘을 내기 위해서 먹어야 했다. 서영은 밥을 물에 말아서 김치와 함께 먹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민혁이 안타깝게 쳐다봤다. 무어라고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마땅히 할 말도 떠오르지 않아 그저 서영이 먹는 것을 쳐다볼 뿐이었다.

약 1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서영이 식사를 마쳤다. 그동안 민혁은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왜... 안 먹어?”

“이... 이제 먹어야지. 다 먹었어?”

“먹으니까... 그래도 좀 괜찮다. 자기도 뭣 좀 먹어. 그래야 힘을 내지. 난 샤워 좀 하고 올게. 찬물로 좀 씻어야겠어.”

“응. 먹고 있을 게.”

민혁을 뒤로 하고 서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컴퍼니 직원의 안내를 받아 샤워실로 향했다. 방금 전까지 몸도 추스르지 못했던 서영은 정상적인 상태는 아닌 것 같았으나 최대한 당당하게 걸으려고 노력을 하는 듯 했다. 그런 서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민혁이 중얼거렸다.

“그래... 나도 힘을 내야지. 저렇게... 힘을 내는데...”

***

쏴아아.

샤워기에서 찬 물줄기가 흘러나와 서영의 몸을 적시고 있었다. 서영은 한동안 계속 그렇게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맞고 있었다. 찬 물이 자신의 몸을 적시자 지쳐있던 몸이 생기를 찾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아....”

고개를 들어 물줄기를 얼굴로 맞은 서영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완벽히 당했다. 그래서 너무나 충격이었다. 최대한 버티려고 했지만 그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많은 생각들이 서영의 머리를 괴롭혔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맑고 찬 물줄기가 서영의 정신을 다시 깨끗하게 정화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쓰러질 수 없어... 이대로.... 이대로 쓰러지면 진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될 테니까...”

서영은 자신의 두 손으로 온 몸을 부드럽게 쓸어갔다. 게임을 통해서 흘린 땀과 눈물을 물과 함께 씻어 내렸고, 능욕을 한 영수의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

“강해질 거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독해 질 거야...”

아름다운 몸을 보유한 서영과는 다르게 독한 말들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그리고 반드시 살아남을 거야... 개가 되라고 하면... 개처럼 행동해주겠어... 똥을 먹으라고 하면 똥도 먹어주겠어.... 대신에 난 살아남을 거야... 살아남아서...”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가 서영의 몸에 있던 모든 더러운 것들을 씻겨 주었고, 서영은 거울을 통해 씻겨 진 자신의 몸을 보며 미소를 띠었다. 서영의 미소는 놀라울 정도로 매혹적이었지만, 또 놀라울 정도로 싸늘했다.

“... 살아남아서... 반드시... 복수하겠어.”




@ 20부에서 이어집니다.

- 그냥 말 한 마디 했는데 가뿐히 추천수가 100을 넘고, 생각도 안했는데 200도 넘네요.

- 댓글 100개라고 말하면 그것도 되려나 -_-a

- 그냥 쓰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사실 평소에 시간은 많지 않아요. 글 쓰는 사람들 모두가 느끼실테지만,
시간 많이 잡아 먹거든요.

- 갈 길이 멀어서 조금이라도 쓰면 계속 업뎃을 합니다. 성격도 그렇지만 빠르게 업뎃을 하려고 해야 완결
을 볼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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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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