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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16 814회 0건
[전화 왔시유~~전화 왔시유~~전화 왔시유~]

아내가 나가고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웠는지 아내의 전 남친도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평일 오전의 한산한 커피 전문점 안을 채우게 된 몇 명중 한사람이 되어버린 난 많은 생각에 잠겨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는데 십여 분도 지나지 않아 전화가 걸려온다.

아내였다.

“여..여보세요?”
[바빠요?]
“응? 좀...”
[.......]
“...”
[.................]

잠시 동안의 침묵이 나와 핸드폰 너머의 아내 사이에 흐른 후 아내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떨림을 숨기기 위해 숨죽인 긴 심호흡을 알아챌 수 있었고 아내는 최대한 평소처럼 얘기하려는 잔잔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늘.. 시간 되요?]
“뭐?”
[....]
“집에서 보면 되지 갑자기 시간은 왜 찾아?”
[아뇨.. 지금요.]
“지금?”
[네.. 지금회사 앞인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많이 바빠요? 제가 올라갈까요?]
“나.. 외근 나왔는데..”
[외근? 당신 외근도 다녀요?]
“그러게.. 갑자기 한 과장이 일이 생겨서 땜빵으로 나왔어...”
[........네.]
“왜 그래? 급한 일이야?”
[....여보,]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래?”
[.....]

우선 시치미를 때며 아내가 할 말을 막아버린다. 아내가 전 남친과 했던 대화 내용을 바로 뒤에서 직접 듣게 되었고 느끼게 된 감정으로 인한 본능에서 온 행동이었다.

[그럼.. 앞에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기다릴게요.]
“나 늦게 들어 갈수도 있는데..”
[기다릴게요.]
“중요한 일이야? 아이 학교 문제라면 그냥 집에 가서 얘기 하지..”
[아니요.. 집에서 할 얘기가 아니에요. 아이가 있는 집에선...]
“......”

아내는 기어코 내게 고백을 할 예정인가 보다.
아마도 아내는 자신의 과거를 그 전 남친을 통해서가 아닌 직접 내게 가감 없이 얘기하기 위해 서둘러 날 찾아왔을 게 분명했고 그것이 아내의 성격 그대로였다.

“그럼 좀 기다려.. 일보고 거기로 갈 테니까.”
[얼마나.. 걸려요?]
“한..두 시간정도?”
[...네.]




그 커피 전문점에서 난 한동안 더 앉아 생각에 잠겼다.
아내란 여자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착각이 얼마나 큰 착오였는질 감안해 아내의 성격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생각해 아내의 행동을 예상하기 위해서였다.

아내도 여자란 걸 결혼생활 동안 잊었던 시간은 아니었는지 반성까지 하며 아내가 지금 내게 털어놓은 이후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에 잠겨 있던 난 제대로 된 예상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벌써 시간이 두 시간이 지났다는 걸 깨닫고는 황급히 일어나 공용주차장으로 뛰어가 옷부터 갈아입곤 뒤늦게 회사쪽 도로로 차를 돌리게 된다.

“그냥 집으로...”
“왔어요? 저 때문에 일도 못보고 온 거 아니에요?”
“아..니야.”

아내의 복장이 두 시간 전과는 달라져있었다.
아이를 낳고 잘 입지 않던 짧은 치마에 처음 보는 긴 코트를 검은색 벨벳 목 폴라 위에 걸치고 커피를 식히고 있었다. 산 커피엔 한모금도 안 댔는지 그대로 식어 있었다.

“웬 치마야?”
“네?..아~.. 그냥요...”
“그냥?”
“......”
“왜? 나 바빠.”
“저 방금 전에 그... 사람 만나고 왔어요.”
“그 사람?”

가슴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역시나 아내는 만나자마자 돌 직구를 날리 듯 전 남친 얘기부터 꺼냈다, 순간 당황한 기색을 숨기기 위해 많이 노력하게 되었고, 다행히도 무사히 모른 척 말을 내뱉었다.
화를 낼까.. 치를 떨며 조롱이라도 할까..아니면 비아냥거리며 아내를 굴복시킬까..라는 온갖 수만 가지 생각들을 그 짧은 시간에 했었지만 결국 난 아무것도 모른 척 연기를 하게 된다. 아내가 날 사랑하고 과거는 과거일 뿐 현제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우선 도달한 내 방어적 태도라는 생각도 하기 전 입이 먼저 움직였다.

“.........”
“그 사람이 누군데?”
“정..말 몰라요?”
“누군데??”
“....”
“참나... 바쁜 사람 불러서 뭐하자는 거야.”
“..”
“싱겁긴.. 아이 올 시간 다 됐잖아. 빨리 들어가서 아이 받아. 괜히 쓸데없이 바쁜 사람 붙잡고 헛소리하지 말고..”
“....고마워요.”
“...뭐?”
“당신.. 연기 참 못한다는 거 알고 있어요?.”
“...무..슨 연기? 이 사람이 낮 술 했나.. 빨리 들어가..”

‘부스럭...’

아내가 핸드백에서 구겨 접어 넣은 프린트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열어보지 않아도 뭔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난 선뜻 그 종이들에 손을 가져다 대지 못했고, 시계를 보며 늦었다는 연극을 계속 이어나가야만 했다.

“그럼 집에 가라고, 이러다가 또 강부장한테 한소리 듣..”
“이게 뭔지 알고 있죠?”
“.....”
“당신은 거짓말을 할 때 시선을 눈이 아닌 코에 마주한다는 거 모르죠?”
“....내가 언제?”
“항상 그랬어요. 친구들이랑 술 먹고 들어와서 장례식장 다녀왔다고 할 때도 그랬고,, 보너스가 왜 이렇게 적냐고 제가 투덜댈 때도 그랬고,,,노래방에서 남자들끼리만 노래 부른다고 거짓말 할 때도 그랬고..”
“....”

말문이 닫혀버렸다.
뛰어봐야 부천님 손바닥이란 말대로 난 내가 연기를 잘해 아내를 속인 것이 아닌 알면서도 속아준 아내란 걸 듣고 깨달아 입을 열수가 없었다.

“거..봐요.. 눈이 또 내 코를 보잖아..”
“....그게 뭐.”
“....네?”
“과거 없는 사람이 있나?”
“...”
“당신 말대로 나도 노래방에서 도우미 불러서 놀기도 하고.. 돈 꼬부쳐서 용돈도 좀 챙겼는데.. 당신하고 결혼 전에는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진 않았을 걸...”
“...”
“솔직히 당신 같은 미인이 한 남자만 사귄 것도 어불성설이잖아. 그리고 그게 뭐 문제야? 당신 혹시 결혼하고 나 몰래 바람 피웠나?”
“아뇨!..절대로.. 그런.... 일 없었어요.”
“그럼 뭐가 문제야. 당신이 나 만나기전에 그 뭔짓을 했던지 뭔 상관이냐고..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사기를 친 것도 아닌데..”
“기억해요?”
“그게 뭐가 문제...뭐?”

아내가 그제야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넘기곤 내 말을 가로 막았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이 내게 물었었죠. 왜 남자친구가 없냐고..”
“그럼.. 일 배우기도 바빠서라고 당신이 대답했잖아.”
“그게 당신한테 한 첫 거짓말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항상... 당신한테는 거짓말만 했네요..”
“..”
“당신한테 프러포즈 받고 과연 제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인지 정말 많이 고민했고,, 몇 번이나 사실대로 말하고 당신의 결정을 따르자고... 당신이 역시 안 되겠다고 하면 그냥 그게 현실이구나..하고 살아가자고 몇 번이나 결심을 했는데...”
“...”
“무서웠나 봐요.. 당신이 정말 날 버릴까봐.. 당신한테 죄 짓고 사는 거 같아서 항상 조마조마 했었는데.. 아이가 생겼어요. 우리 아이..가... 하늘이 용서해 주는 줄 알았어요. 전부 잊고.. 지금 행복한 게 노력해서 얻은 거라고.. 당신한테 정말 잘하자고.. 당신만 사랑하고 절대로 이상한 후회하지 말자고... 그래서 아이를 정말 잘 키우자고.. 나 같이 실수 같은 걸로 평생 후회하면서 죄인처럼 살지 않게...”
“당신이 왜 죄인이야...”
“....고마워요.”
“자꾸 고맙다고 하지 마.. 이상하잖아. 됐으니까 빨리 집으로..”

“우리 이혼해요.”

순간 종소리 같은 게 내 머리를 휘갈겼다.

적반하장도 유분수?
뭐 낀 놈이 성낸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

기쁠 때 들린다는 종소리가 아닌 말 그대로 머릿속에 있는 두개골을 후려갈길 때 나는 소리를 귀에 들리는 착각을 하며 웃기게도 이 와중에 맞는 속담 등이 먼저 떠올랐다. 그만큼 내가 멍 해졌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그만큼 더 무겁게 입술이 달라붙어 버렸다.

“당신한텐..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요. 내가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이게 다에요.”
“....이게 다라고?”
“죄송해요.”
“우리 애는?”
“.....”
“당신이란 여자가 아이를 버리고 살 수 있어? 내가 알고 있는 지인이란 여자는 절대로 자신이 낳아 놓은 자식을 버릴 여자가 아닌데.. 그것도 거짓이었냐고!”
“당신이라면.. 잘 키울 수 있을 거예요.”
“아이한테 네 엄마가 고작 지나간 과거 때문에 널 버렸다고 얘기하라고? 나보고?”
“그게 아니잖아요..”
“그게 아니면!? 왜 이혼하자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게 된다.
남의 이목 같은 건 상관할 처지도 아니었고, 내가 용서를 한다는데 왜 굳이 이혼이란 단어까지 먼저 꺼내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기에 아내를 똑바로 쳐다보며 목소릴 높이게 된다.

“관계란.. 특히 믿음이 가장 중요한 부부 사이에.. 그 관계가 틀어지면 다시 붙이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괜찮다고 하잖아. 그리고 믿음이 왜 깨졌는데? 당신에 대한 내 믿음이 깨졌다고 누가 그래?”
“아니에요?”
“...날 몰라? 내가 여자 과거나 따지면서 의처증 환자처럼..”
“그런데 왜 그랬어요?”
“처럼 당신ㅇ..뭐?”
“왜 직접 저한테 확인부터 하지 않고 그 남자하고 절 시험했나요?
“누..누가 시험을 했다고 그래?”
“당신이 아무리 과거 따윈 상관없다고 말을 해도 절 쳐다보는 그 시선은 어쩔 수 없을 거예요. 날 안을 때도 그 생각들이 항상 따라다닐 테고, 괴로워 할 거예요.”
“내 시선?”
“네.. 요즘 절 쳐다봤던 시선이요. 결혼하고 처음이었어요. 당신의 그런 차가운 시선은....”
“....”
“제가 당신을 몰라요? 이혼하는 게 당신을 위한 일이란 걸 왜 몰라요..”
“....”
“전 친정에 가 있을게요. 아이는 걱정 마세요. 이혼할 때까지는 제가 데리고 있을게요..... 이..혼 하고... 너무 힘드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키울게요.”

담담하게 얘길 하려 안간힘을 쓰는 아내였지만 그 모습은 숨길 수 없었다. 분명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억지로 휘게 만들면 부러질 아내의 고집...
그러고 보니 아내는 고집이 말 힘줄보다도 더 질긴 여자였다. 이미 결혼 전에 아내가 고집이 쎈 여자란 걸 짐작 할 수 있었고 그걸 확인 할 수 있었던 경험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술을 좋아하고 담배를 좋아했던 날 술도 줄이고 담배도 끊게 만들었던 내기의 시작은 평소처럼 내 몸을 걱정하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아내에게 짜증을 부리며 화까지 내던 내게 통보하듯 던 진 아내의 한 마디는 술이야 그렇다고 해도 담배를 끊을 때까지 자기도 물만 마시고 굶겠다는...

솔직히 아내가 쓰러지기 전까지 난 아내가 밖에서 나 몰래 밥을 먹고 시치미를 때는 줄 알았다. 장장 8일이란 시간동안 아내는 물외에 음식이라고는 전혀 입에도 대지 않았다는 걸 급성영양실조와 탈진이라는 의사에게 들었을 때 내 첫 말은 ‘독한 것..’이었다.

그만큼 아내는 자신이 정한 규칙과 고집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지키고 부릴 여자였다..


“무슨..생각해요?”
“....”
“알아들으신 걸로 알고.. 전 집에 들러서 아이 데리고 친정..”
“그게 최선이라고?”
“...예?”
“이혼이란 게 당신이 내게 통보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냐고.”
“.....”
“웃기네...”
“...?”
“당신 말대로 당신을 내가 용서 못 할 거라고 헤어지자는 거잖아. 보통은 과거가 있는 당사자가 아닌 배우자가 통보해야 하는 거 아닌가?”
“...죄..송해요.”
“그렇잖아... 날 위해서 헤어진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사랑하니까 떠난다? 우리가 무슨 삼류영화 비련의 주인공이냐? 아니지.. 당신이 말하는 요지를 진짜 모르겠는데.. 헤어져서? 나보고 좋은 사람이라도 만나라는 얘기니? 네가 말하는 대로 넌 불결한 여자니까 순결한 여자를 만나라고?? 내 나이가 몇이냐.. 돈이 많아서 순결한 처녀를 살 수 있냐? 아니면 나이가 어려? 말이 안 되잖아. 어차피 재혼일 테고 그 여자는 당연히 결혼했던 여자잖아 그럼 아이도 있을 테고.. 당신하고 뭐가 달라!?”
“마..말이라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럼 당신은 지금 그걸 나한테 말이라고 하냐?”
“억지 부리지 마세요.. 당신은 절 계속 시험하려고 할 테고,, 자면서도 제 과거 때문에 괴로워 할 사람이란 거.. 제가 더 잘 알아요.”
“당신이 그렇게 날 잘 알아?”
“네!”

아내의 말투는 단호했다.
삼십 여 년 동안 날 키워준 부모도 속모를 놈이라고 하셨던 나였지만 아내는 그런 날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그런 아내의 단호한 말투에 나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반박할 말이 없었다.

“허당이잖아요. 당신.. 고집이 쎈 것처럼 얘기하지만 마음은 여리고.. 혼자 괴로워하면서 남자라고 아픈 척은 단 한 번도 한 적 없고.. 태권도 3단이라고 자랑하지만 이젠 나온 배 때문이라도 숨이 차서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복권은요? 한 주에 꼬박꼬박 만원씩 사는 거모를 줄 알아요? 나한텐 말도 안하고.. 대박나면 자기 혼자 다 챙기지도 못할 거면서...아니에요?”
“누..누가??”
“아니에요?”
“....”
“누구보다도 당신을 잘 아는 게 저에요.. 당신은 매일 나 때문에 고민하고 괴로워할게 분명해요. 그럴게 뻔 한데 제가 어떻게 계속 당신하고 살겠어요.. 누구보다도 믿음이 중요한 게 부부인데...”
“억울하네...”
“...네?”
“억울하다고.. 뭐? 믿음이 중요한 게 부부라고? 내가 그럴 거라고?”
“.....”
“겪어 보질 않고 모르는 거 아닌가?”
“...............”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확인이라도 해 보자고.”
“무..슨 말이에요?”
“왜? 어차피 이혼할 마당에 뭐가 문제야? 그리고 이대로는 절대 억울해서 못 헤어지겠네.”
“.......”
“당신은 해볼 거 다 해보고 후회한다는 거잖아. 아니야?”
“억지 부리지 말아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아내의 말대로 난 억지를 부리며 정말로 아내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내가 고집을 부리고 있다면 나도 오기를 부릴 수밖에 없었다. 그게 비록 앞뒤가 안 맞는 모순 덩어리의 억지라고 해도 말이다.

“내가 고통을 받을지 괴로워할지 보자고. 그리고 나서 헤어져야 내가 수궁이란 것도 할 수 있지 않겠어? 당신 말대로 당신이 더럽고 지저분한 과거를 갖고 날 속여 왔다는 게 정말로 내게 큰 충격을 주는 건지 말이야.”
“.....확실해요. 당신은..”
“그러니까!!! 보고 결정하자고!”
“.........”
“당신이란 사람 내가 모를 줄 알아? 당신 고집이 얼마나 센지도 충분히 알고 있고, 느끼고 있으니까 당신이 결정한 대로 이혼을 하다고 치자.. 왜? 내가 그럴 거니까? 당신을 의심하고 손찌검이라도 할까 봐?”
“그만해요.. 서로 고집 부려봐야 피곤하기만 해요.. 그리고 많이 늦었어요. 그만 회사에 들어가 봐요. 전 아이 데리러 가야겠어요.”
“...”


정신없이 도착하고 별 대화를 나누질 않은 거 같은데 벌써 시계가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렇게는 도저히 못 보내겠네. 당신 말대로 이대로 헤어지면 나 억울해서 혀 깨물고 죽어버릴랑께.. 알아서 해.. 아니.. 나 혼자 재혼해서 잘 살라고? 우리 아이는 어떻게 하고? 계모한테 무슨 구박을 당하면서 클지 걱정은 안 드냐?”
“.......그러니까. 제가 키울게요.”
“아~ 그러면 되겠네. 억울해서 못 사는 세상 같이 죽어버리면 되겠네! 그래! 그러면...”
“여봇!!!!!”
“....”

아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날 불렀다.
내가 한 말이 도가 지나친 게 분명했지만 아내가 소리를 지르자 깜짝 놀라 말을 멈췄다가 다시 화를 내 듯 비아냥거리기 시작한다.

“왜? 이혼하자며! 이제 남남인데 상관 할 일이 아닌 거 같은데.. 내가 죽어버리든 아이랑 동반 자......”

차마 뒷 글자인 ‘살’이란 말까진 이어 하지 못한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막나가는게 아닌지 찔렸고 아내의 눈이 날 노려보는데 살기를 띠기 시작했기도 했기 때문이다.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아내가 날 빤히 쳐다보던 몇 분 동안 더 비아냥거릴 다른 주제를 찾으려 노력하게 되는데 아내가 갑자기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곤 천천히 일어나 갑자기 카운터 쪽으로 하이힐의 또각 거리는 구둣발 소리를 내며 걸어간다.

아내가 갈아입고 온 치마가 뒤쪽이 깊게 찢어져 허벅지의 안쪽이 걸을 때마다 언뜻언뜻 보인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고, 그 허벅지마저 검은색의 밴드 스타킹이란 섹시한 도구로 둘러싸여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타킹의 밴드가 걸을 땐 보이지 않았는데도 아내가 신고 있는 게 밴드 스타킹임을 알게 된 건 아내가 카운터에서 얼음물을 한 잔 받아 오는 도중에 알게 된다. 다분히 의도적인 아내의 행동을 난 처음부터 주시했고 아내의 의도가 무엇인질 충분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일부러 재킷까지 벗어 몸에 달라붙는 벨벳 목 폴라에 굴곡진 허리와 골반을 평소보다 훨씬 섹시하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게 흔들며 걸어오던 아내는 갑자기 핸드폰을 땅에 떨어트리는 연극을 했고 허리를 숙여 떨어진 핸드폰을 줍는 게 아닌, 그대로 두 무릎을 굽혀 치마속의 풍경을 내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행동으로 날 자극했다.

그리고 그 자극이 날 향한 것이 아님을 뒤통수에서 전해진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흰 치마속에 얇아 살색이 비취는 듯 한 검정 스타킹은 굽힌 무릎 부위가 더 연하게 변해 섹시함을 그리며 언뜻 보인 밴드의 진한 색과 더 대비되는 흰 아내의 살결과 더 깊은 곳에 있는 아내의 검은색 팬티까지..

천천히 두 무릎을 꼬으듯 굽힌 아내의 흰 치마 속에 정신이 팔린 건 나만이 아닌 바로 내 뒤에 있는 다른 낯선 남자도 마찬가지란 걸 알게 된다. 연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와 등지고 앉아 있는데도 그 남자는 아내의 치마 속을 뚫어져라 훔쳐보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고의적인 아내의 느긋한 행동에 그 커진 눈을 더 크게 벌리며 크게 위아래로 움직이는 목젖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난 그 따가운 시선이 불편해 나도 모르게 허리를 돌려 그 남자를 노려보게 되었고 그런 내 행동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아내를 훔쳐보는 남자의 모습에 내가 헛기침까지 하고 나서야 그 남자가 날 한 번 쳐다보곤 얼른 시선을 회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 새끼가...”
“.....거 봐요.”
“뭐? 뭘 보긴 뭘 봐! 누가 그런 옷........”
“당신은.. 절대 그런 부류가 아니에요.”
“.....”
“이제 알았죠.. 그럼..”
“나 지금 흥분했는데!”
“.....”
“진짜야!”
“.....”
“좋구만.. 이왕이면 더 짧은 치마를 입고 오지.”
“......”
“왜? 못 믿겠어? 그러니까 확인하자고!”
“...좋아요.”


에라.. 모르겠다.

--계속--

약속이 펑크나 사무실에 홀로 남아 글을 적었습니다.
좀 쓸쓸하고. 무서웠습니다.
6시 퇴근이라 거의 불 꺼진 사무실 안에서 오랜만에 글을 적다보니 이전에 글에 너무 빠져 일에도 지장이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착사 들어가기 전이니 장황하게 스토리 정하지 말고 세부 묘사보다는 천천히 필 가는데로 쓰고 느긋하게 소설게시판 한 페이지에 하편 정도만 올리자고 했는데...
필 받고 한시간만에 후다닥 쓰고 후다닥 올리고.. 이제 퇴근합니다.

정말 맛나는 식사들 하시고~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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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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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서명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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