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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25 1,095회 0건
동네 여자들은 모두가 나의 여자들



14부



갑작스럽게 찾아와 한바탕 연쇄살인범에 대한 문제로 어수선하게 분위기를 흩트린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들이 돌아가자 철민이는 그제야 편안하게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였다.

미희와 옥경이도 철민이 옆에 잠자리를 펴고 같이 누웠다.

원룸에 불이 꺼지고 그들이 잠든 시간 원룸 벽을 타고 오르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아주 익숙하게 가스 배관을 타고 오르는 검은 그림자는 민첩하고 날렵하게 철민이와 미희 옥경이가 잠이 든 창가로 스며들었다. 검은 그림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잠겨서 있는 창문을 아주 지능적으로 드라이버를 틈새로 넣어서 비틀어 창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창문을 잠그고 있던 고리가 떨어져나가고 창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자 그 틈새로 손을 넣고 문을 밀고는 안에 잠겨있는 이중창 창문도 같은 방법으로 드라이버를 넣어 잠근 고리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소리도 없이 원룸 베란다 창문으로 침입을 한 검은 그림자는 발소리를 죽이며 캄캄한 방안으로 들어섰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방안에 전기불이 환하게 켜지며 낮선 침입자를 향해 위엄이 서린 목소리로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이런 일이 있을 줄을 미리 알고 준비를 하고 있었지!”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침입자가 자기 앞에 서서 소리를 치는 사람을 쳐다보니 보기에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 늘씬하게 잘 빠진 미남자였다. 물을 차고 날아서 오르는 멋진 제비처럼 날씬한 몸매에 얼굴은 전등불 아래 너무나 잘 생긴 모습이 확연하게 빛이 나고 있다.

침입자는 자기 어깨에 메고 있던 배낭 속에서 재빨리 망치를 꺼내 들었다.

“아니? 이 밤중에 무슨 망치는?”

잘 생긴 미남자는 이런 침입자의 행동에 조금도 두려움도 없이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겁도 없이 망치를 들고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한밤중의 침입자는 얼굴에 잔인한 살기를 띄우고 자기 앞에 마주 선 상대를 향해 곧 공격의 자세를 취했다.

“야! 너 같은 것은 내 상대가 안 되니 어서 비켜!”

망치를 들고 자기 앞에 선 미남자를 향해 방안 침입자는 이왕지사 자기의 모든 정체가 탄로가 난 마당에 아무 두려울 것이 없다는 투로 빈정대며 말했다.

“망치를 든 것을 보니 나약한 여자들을 공격하는 파렴치한 변태성욕자 같은데 너 참 잘 만났다. 내가 말이야 너 같은 정신이상자는 그냥 두는 성질이 아니라서 너 오늘 나한테 작살이 났다.”

한밤의 침입자는 자기의 빈정거리는 소리를 듣고도 조금도 위축이 되지를 않고 대꾸를 하는 젊은 미남자를 보자 갑자기 이상하고 불안한 징후가 느껴지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어제 초저녁부터 원룸 근처를 배회하다가 비싼 외제차를 타고 들어오는 술에 취한 젊은 남자와 예쁜 두 아가씨가 원룸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곧 바로 뒤따라 들어가 남자부터 망치로 때려서 처치를 하고 두 여자를 묶어놓고 동시에 자기의 성적인 욕망을 채우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이들을 태워다 주고 돌아서 한길로 걸어 나가는 여자 대리운전기사를 보고는 행여나 이 여자가 나중에 자기를 추적하는 형사들에게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증인이 될까 봐 뚱뚱한 여자 대리운전기사 부터 먼저 없애버려야 하겠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리하여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뚱뚱한 여자 대리운전기사 뒤를 미행하여 그녀가 한길가로 나가 지나가는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뒤에서 번개같이 달려들어 잡아서 끌고는 어두컴컴한 건물 뒤쪽으로 갔다. 뚱뚱한 체격에 발악을 하는 여자 대리운전기사를 날쌔게 납치를 한 허준영은 엄청나게 팔의 힘이 세어서 별로 어렵지 않게 여자를 끌고 갔다.

그리고는 건물 뒤쪽 후미진 곳에 여자를 눕혀놓고는 곧 바로 성폭행을 하려다가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다. 잠시 후면 술에 취한 야리야리한 젊은 남자를 때려눕히고 예쁜 두 아가씨를 올라탈 것인데 이런 뚱뚱한 아줌마를 올라타고 자기의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늘 밤에 자기가 차지할 두 아가씨는 며칠 전부터 뒤를 미행하여 이 원룸 건물에 둘이서 한방을 같이 쓰며 살고 있다는 것 까지 낱낱이 다 뒷조사를 하여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오늘밤 이 두 아가씨를 자기의 먹이로 먹는 날로 미리 정하여 놓고 있었던 것이다.

반항을 하는 뚱뚱한 여자 대리운전기사를 강제로 타고 누르며 늘 가지고 다니는 망치를 배낭에서 꺼내 재빠르게 내리쳤으나 온몸으로 반항을 하는 여자의 행동에 번번하게 빗나갔다. 그러다가 여자가 안간힘을 다해 연쇄살인범 허준영을 밀쳐내고 달아나자 재빠르게 뒤따라 간 허준영은 다시 여자를 뒤에서 껴안아 끌고 오려고 하자 여자는 이미 사태의 위급함을 깨닫고 뒤에서 자기를 껴안고 끌고 가려는 허준영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여자의 발악하는 힘에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원룸으로 들어가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이들을 비추자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그만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리하여 살인마 허준영은 여자를 끌고 가려는 것을 포기하고 그대로 주먹으로 여자의 머리를 세차게 내리쳤다.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그래도 살인마 허준영은 계속해서 주먹으로 여자의 머리를 가격하여 완전하게 마무리를 하려는데 때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대학생들에게 이 광경을 들키고 말았다.

여자의 비명소리에 놀라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던 대학생들이 사건의 현장을 목격을 하고는 재빨리 모두 몰려서 왔다. 그러자 살인마 허준영은 여자를 그대로 현장에 버려둔 채 재빠르게 도망을 쳤다. 대학생들이 급하게 119에 연락을 하고 경찰에 연락을 해서 다행히도 여자 대리운전기사는 목숨은 건졌지만 머리에 엄청난 타격을 받아 깊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연쇄살인범 허준영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관악경찰서 형사들이 철민이를 찾아와 연쇄살인범이 여자 대리운전기사를 폭행하여 중상을 입혔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들이 일반 승합차를 타고 왔기에 살인마 허준영은 형사들이 미리 이곳을 다녀간 줄을 모르고 어둠속에 몸을 숨기고 정미희와 진옥경이가 살고 있는 이 원룸의 방에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들의 방에 불이 꺼지자마자 건물 벽에 붙어있는 가스배관을 타고 재빠르게 올라와 베란다의 창을 통해 침입을 하였던 것인데 뜻밖에도 일이 묘하게 틀어지며 난생 처음 보는 잘 생긴 미남자와 한판 붙어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야! 이 새끼야! 우리 사장님께 너 오늘 밤 죽었다!”

“잠이 막 들려고 하는데 네가 창문 고리를 드라이버로 부수는 소리를 듣고 우리가 몰래 일어나 이렇게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지!”

연쇄살인범 허준영이를 보고 미희와 옥경이가 조금도 두려워하지를 않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무언가 일이 크게 잘못 되어간다는 것을 재빨리 눈치를 챘다. 여자들이야 어차피 자기의 상대가 되지를 않겠지만 문제는 바로 지금 자기 앞에 늠름하게 서 있는 잘 생긴 미남자가 왜 그런지 두려워졌다.
연쇄살인범 허준영이가 자기 앞에 서 있는 잘 생긴 젊은 미남자를 향해 자기의 주 무기인 망치를 들고 단번에 상대를 쓰려드리기 위해 호시탐탐 노려보고 있는데 그의 손에서 갑자기 “휙~익” 하는 소리가 나면서 눈 깜짝 할 사이에 무언가 날아와서 자기의 이마에 꽉 박혔다.

“우욱!”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서 자기가 침입한 베란다로 뛰쳐나가 만약에 사태를 대비해 열어두었던 창문을 통해 재빠르게 달아났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그런 행동을 못할 것이지만 역시 남다르게 재빠르고 날쌘 행동으로 도망을 쳤다.

설마 도망을 가리라고는 예측을 못한 철민이는 ‘아차’ 하는 생각에 연쇄살인범 허준영을 바로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놈이 도망을 칠 줄을 알았으면 단번에 끝장을 내어버리는 것인데 하는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연쇄살인범의 이마에 500원짜리 동전이 박혔는데 얼마나 지독한 놈인지 그래도 재빠르게 도망을 갔어요.”

“정말 지독한 놈이 예요”

아쉬움에 서 있는 철민이를 보고 미희와 옥경이가 한 마디씩 말을 했다.

세 사람 모두 잠은 다 잤다.

이곳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고 잠시 생각을 정리한 세 사람은 원룸을 나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시네마 호텔로 가서 방을 정하고 그곳에서 쉬기로 하였다.

한편 그 시간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자기의 아지트로 돌아와 제일 먼저 방에 걸린 거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기절초풍을 하도록 놀랐다.

세상에 이런 일이..........
놀라지 마시라!

살인마 허준영이의 이마에는 놀랍게도 500원짜리 동전이 박혀서 있었다.

그 순간에는 그냥 “휘~익” 하는 소리만 들었는데 그게 바로 500원짜리 동전이 날아오는 소리였던 것이다.

문제는 자기 이마에 박힌 500원짜리 동전을 병원으로 가서 뽑으면 제일 쉬운 데 요즘 의사들은 아예 믿을 수가 없는 존재들이다. 괜히 병원으로 가서 500원짜리 동전을 뽑으려고 하다가는 의사가 경찰에 연락이라도 하면 땡하고 자기 인생을 종치는 날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큰마음을 먹고 자기 손으로 직접 자기 이마에 박혀서 있는 500원짜리 동전을 뽑으리라고 작정을 했다. 주위를 둘러서 살펴보니 상비약으로 준비를 해 둔 소독약과 탈지면이 있는지라 핀셋 집게로 자기 이마에 박힌 500원짜리 동전을 잡아 댕기자 엄청나게 아픔이 몰려서 왔다. 그러면서도 좀처럼 이마에 박힌 동전이 빠지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들고 다니던 공구가방을 찾으니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를 않는다.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오늘 밤에 침입을 했던 원룸에 그대로 두고 도망을 치는 바람에 두고 온 것이 생각이 났다.

이리저리 아지트 구석구석을 찾아서 헤매니 한쪽 구석에 녹이 슬은 큰 벤치 하나가 눈에 쏙 들어왔다. 그것을 주워들고 들어와 거울을 보고 자기 이마에 박힌 500원짜리 동전을 벤치를 벌려 물리고 힘껏 잡아서 당기니 엄청난 아픔이 몰려서오며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서 내린다.

“이놈의 새끼! 어디 두고 보자!”

살인마 허준영이는 이를 꽉 다물고 힘껏 큰 벤치로 자기 이마에 막힌 500원짜리 동전을 잡아서 당기니 쏙 하면서 동전이 빠지면서 피가 왈칵 솟아나왔다. 얼른 자기 앞에 놓인 소독약을 묻힌 탈지면을 가져다가 피가 솟구치는 자기 이마를 꼭 누르며 막았다.

순간

탈지면에 묻은 소독약이 구멍이 난 상처로 들어가면서 팔딱 뛸 것 같은 고통이 몰려서 왔다. 살인마 허준영이가 난생처음으로 느껴보는 엄청난 아픔의 고통이었다.

살인마 허준영이는 다시 한 번 아래 위 이빨을 으드득 깨물며 안간힘을 쓰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호텔의 침대위에 미희와 옥경이를 양쪽에 끼고 누운 철민이는 비로소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자기의 주변이 안전하다고 느끼자 그 동안 긴장했던 피로감이 몰려서오며 깊은 잠에 빠지게 했다. 철민이가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자기의 양쪽에서 꼭 붙어서 잠을 자고 있는 미희와 옥경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모습에 철민이는 한편으로는 행복하고 또 한편으로는 엄청난 부담감이 몰려서 왔다. 당장 마음 같으면 미희와 옥경이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그 순간의 행동으로 그녀들의 평생을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많은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아직도 깊이 잠이 든 미희와 옥경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써 솟구치는 자기의 성적인 욕망을 조용하게 잠재웠다. 미희와 옥경이는 모두 다 겉옷만 벗은 채 가벼운 속옷을 입고 자기 곁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다.

호텔 방에 딸린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한 철민이는 방으로 나와 호텔 창밖을 내다보았다. 호텔 입구에는 많은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안내를 하는 주차원이 왔다가갔다가 하는 것이 보인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잠을 깬 미희와 옥경이를 데리고 호텔 뷔페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호텔 뷔페에 점심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철민이는 당분간 미희와 옥경이를 천수보살님의 거처로 옮기기로 하고 둘을 데리고 그리로 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집안으로 들어서자 가정 살림을 맡아서 살고 있는 가정부 아줌마가 철민이를 보고 반기며 말했다.

“아 그런 것 같습니다. 천수보살님은 지금 안에 계시지요?”

가정부 아줌마의 말에 반가운 마음으로 철민이가 물었다.

“네 안에 지금 계세요”

철민이의 물음에 가정부 아줌마는 천수보살님이 자기 방에 있다고 대답했다.

미희와 옥경이를 응접실에 머물게 하고 천수보살님의 방안으로 들어가니 벌써 훤하게 다 알고 있는 그녀가 방안으로 들어서는 철민이를 보면서 말했다.

“요즘은 아주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다니는구나!”

“네? 아 네 요즘 조심을 하고 있습니다.”

천수보살의 말에 철민이는 마치 책임감을 다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저 애들을 왜 여기에 데리고 온 거냐? 설마 나 보라고 데려온 애들은 아니겠지?”

“아닙니다. 오늘 새벽에 연쇄살인범이 원룸에 침입을 하는 바람에 잠시 처소를 호텔로 옮겼다가 아무래도 연쇄살인범이 또 다시 미희씨와 옥경씨를 해칠까봐 당분간 이곳에 머물게 해야 할 것 같아서 데려왔습니다.”

“그래? 그럼 당분간 여기에 머물도록 해! 그런 잔인한 범죄자에게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감사합니다. 천수보살님!”

철민이가 고맙다고 천수보살에게 인사를 했다.

날씨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초가을이 다가왔다.

모처럼 천수보살의 집안에는 생기가 넘쳐흘렀다. 온통 집안에는 여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리 돌아보아도 여자! 저리 돌아보아도 여자! 철민이는 이런 여자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자니 적잖이 부자유스러웠다.

제일 부담스러운 것이 처녀귀신 혜진이가 부쩍 철민이를 찾아와 안기고 응석을 부릴 때가 그렇다. 처녀귀신 혜진이가 철민이의 품에 안기면 그 뭐랄까? 묘한 기분이 들면서 바람 같은 그녀의 손길이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요즘 부쩍 키가 커진 혜영이는 제법 여자의 티가 난다. 이런 혜영이가 좋다고 철민이의 품에 와락 안기면 싱싱한 과일 같은 신선함이 물컥 풍기면서 자기도 모르게 혜영이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러면 나이가 어린 혜영이는 이때다 싶어 더 적극적으로 자기의 혀를 철민이의 입안에 들이밀면서 세차게 철민이의 혀를 빨아대고는 했다. 이쯤 되면 정신이 번쩍 든 철민이는 재빨리 혜영이의 입에서 자기의 입을 떼면서 말했다.

“혜영아! 이 오빠! 숨이 막힐 것 같다”

“응? 나는 괜찮은데 오빠!”

혜영이는 너무나 아쉬운지 철민이를 빤히 쳐다보면서 웬만하면 다시 한 번 더하자는 눈치를 보이며 말한다. 그러나 철민이는 애써 참는다. 혜영이 말대로 다시 한 번 더 입맞춤을 했다가는 둘이서 큰 일이 날판이다.

제일 참을 수 없는 것이 절세의 미인 소연이와 마주치면 철민이는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저절로 그녀 앞에 꼼짝을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 곁에 함께 있는 처녀귀신 혜진이도 대하기가 어색했다.

이런 날은 그저 밖으로 나가서 바람을 쏘이는 것이 최고다.

철민이가 바람 좀 쏘이고 오겠다고 혜영이 엄마에게 말을 하고는 차를 운전하여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한길 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던 철민이는 한강변으로 차를 운전하여 갔다. 강변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혼자서 한강 강변을 걸었다. 이제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어둠이 깔리면서 하나 둘 가로등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자기 차를 가지고 나온지라 술을 마시지 못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강변에 차를 잠시 세워놓고 그곳에서 이동식 점포를 만들어서 황금붕어빵을 팔고 있는 중년부부에게 가서 2만원을 주고 황금붕어빵을 샀다. 그리고 어둠이 내린 한강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붕어빵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예쁜 수정이의 얼굴이 환하게 떠오른다.

“수정이를 데리고 할머니 집으로 가야지”

자기도 모르게 이 말을 중얼거리며 자기 차에 오른 철민이는 시동을 걸었다.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라 마치 친 오누이처럼 자란 철민이와 수정이 저번에 할머니 집에서 둘이서 안고 잔 기억이 소록소록 새롭게 떠올랐다.

수정이가 근무하는 봉천동 전자랜드에 철민이가 가까이 갔을 때는 저녁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불쑥 전자랜드에 들어가 수정이를 불러내면 주인여자가 이상히 생각을 할까 봐 저만치 차를 세우고 수정이가 퇴근을 하고 밖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철민이가 30분을 차안에서 기다려도 수정이는 밖으로 나오지를 않는다. 보통 저녁 8시가 조금 지나면 수정이가 퇴근을 하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수정이가 퇴근을 하는 모습이 보이지를 않는다. 수정이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괜히 피곤한 수정이를 억지로 불러내서 자기 할머니 집으로 데려가는 것도 지금 생각을 해 보니 무척이나 경솔한 행동으로 느껴졌다.

바로 그때였다.

전자랜드 주인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순간

전자랜드 주인여자를 보자 그 동안 자기 마음속에 깊이 묻혀서 있던 그녀를 향한 그리움이 되살아났다.

잠시 전자랜드 주인여자의 모습을 그대로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데 그녀는 이제 퇴근을 하려는지 전자랜드 셔터 문을 내리고 있었다. 가서 도와주어야 할지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할지 철민이가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에 있다가 나타났는지 웬 남자가 전자랜드 주인여자의 뒤로 다가갔다. 철민이는 처음에 그 남자가 전자랜드에 볼일이 있어서 찾아 온 손님으로 알았다가 뭔가 하는 행동이 수상해보여서 눈을 떼지 않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남자가 전자랜드 주인여자의 뒤에서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곧 바로 전자랜드 주인여자가 납치를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철민이는 급하게 사건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전자랜드 주인여자를 흉기로 위협하여 차안으로 납치를 한 괴한은 미리 준비를 해 온 테이프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그녀의 두 손을 등 뒤로 돌려서 끈으로 꽁꽁 묶었다. 이제 완전하게 괴한의 수중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전자랜드 주인여자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온 몸을 떨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너도 참 재수가 없는 여자다! 하필이면 내 눈에 띄어 오늘 밤 이렇게 가게 되다니 말이야! 그래도 그 전에 내가 너에게 베풀 예식은 남아있으니 머리통이 내 망치에 깨지기 전에 두 다리나 벌리고 내 좆이나 네 보지에 받아라!”

괴한의 이상하고 해괴망측한 소리에 수치감으로 떨고 있는 전자랜드 주인여자는 이제는 죽었구나 하고 아예 두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였다.

구원의 지장보살이 나타났다.

차창 문이 박살이 나면서 열리고 전자랜드 주인여자를 막 올라타려고 하는 괴한의 멱살을 잡아 차에서 끌어내리는 힘센 손길이 있었다. 차 밖으로 끌려서 나온 괴한은 상상도 못한 뜻밖의 일을 당하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괴한은 급하게 자기의 망치를 찾았지만 자기의 차안에 있는지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비겁하게 뒤에서 이러지 말고 사내자식이라면 우리 둘이 당당하게 싸워보자!”

괴한의 입에서 간교한 계교가 흘러서 나오며 잠시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했다.
만약 이 괴한이 연쇄살인범 허준영이 인 것을 철민이가 알았다면 당장에 물고를 내었을 것인데 그냥 단순히 우발적인 범죄를 저지른 괴한으로 알았기에 자기도 모르게 힘껏 잡았던 괴한의 멱살을 놓아주며 말했다.

“그래? 어디 우리 한 번 겨루어 보자! 진정한 사내라면 말이다”

철민이는 괴한의 꼼수에 빠진 것도 모르고 서너 발자국 물러서서 싸울 준비를 했다. 아무리 날 뛰는 강도라도 철민이는 조금도 두렵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괴한은 이미 사태가 뒤틀어진 것을 알고는 어둠속으로 잽싸게 달아나 버렸다.

‘아차!’

괴한에게 속은 것을 알고는 달려가 잡으려고 했지만 얼마나 놈이 재빠른지 바람같이 싹 달아나고 없었다.

할 수 없이 괴한을 잡으려는 생각을 버리고 차안에 있는 전자랜드 주인여자를 번쩍 들어서 안고는 밖으로 나와 그녀의 입에 붙어있는 테이프를 뗐다.

전자랜드 주인여자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며 철민이가 자기 손을 묶고 있는 노끈을 풀어주자 자기도 모르게 이제야 살았다는 감격으로 철민이의 품에서 엉엉 소리를 내어 울었다.

철민이는 전자랜드 주인여자가 자기의 품에 안겨서 엉엉 울고 있는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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