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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26 1,073회 0건
동네 여자들은 모두가 나의 여자들



12부


“이번에는 텔레비전이 고장이 났다고 전화가 와서 또 다시 이곳에 왔습니다.”

“우리야 사장님께서 저희 매장을 찾아주시면 영광입니다”

철민이가 밤에 전자랜드 매장을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자 주인남자는 그저 좋아서 싱글벙글하였다.

“사장님 할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당신이 지금 저 텔레비전을 가지고 가서 설치를 해 드리고 오세요. 아마 할머니의 집이 옛날 집이라 벽에 달기는 좀 그럴 거예요 그러니 그냥 스탠드를 가지고 가서 설치를 해 주시면 될 거예요.”

전자랜드 주인여자는 철민이 할머니의 집 형편을 이미 다 알고 있는지라 자기 남편에게 미리 세세하게 지시를 했다.

이러고 있는데 전자랜드 매장의 문이 열리더니 옆집 꽃가게 주인여자와 건너편 옷가게 주인여자가 가게 문을 닫고 놀러왔다.

“어머! 이게 누구세요? 대진건설 사장님이 아니신가요?”

“응? 정말 그러네요!”

갑자기 전자랜드 매장에서 마주 친 철민이를 보고 두 여자는 아주 반가움의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그 동안 모두 잘 지내셨어요?”

“그럼요 우리들은 늘 잘 지내고 있답니다.”
“봉천동에 우리 사장님 같은 분이 탄생을 했으니 모두들 부러움의 대상이랍니다.”

철민이의 인사말에 두 여자는 소탈하게 대답을 했다.

“사장님! 저도 이만 철민이 오빠 따라서 퇴근을 할 게요”

슬쩍 들뜬 분위기에 편승하여 수정이가 주인여자를 보고 말했다.

“그래라 갈 때 사장님 차를 타고 가면 되겠네!”

전자랜드 주인여자는 놀러 온 두 여자와 함께 한쪽에 있는 소파에 가서 앉으며 대답했다.

주인남자는 자기 트럭에 텔레비전을 싣고 앞서 출발을 하고 철민이는 수정이를 태우고 천천히 출발을 했다.

“수정이 너는 너희 세탁소 앞에 내려주면 되겠지?”

“아니요? 바로 오빠네 집으로 가요”

“응? 왜?”

“오랜 만에 할머니 할아버지도 만나보고 싶어서 그래요”

“너희 집에서 기다리는 부모님들은 어쩌고?”

“오빠네 집에 가서 전화하면 돼요”

“정말 그래도 되냐?”

“그래요 오빠는 아무 걱정을 마세요!”

“그것 참 수정이 네가 갑자기 왜 우리 집에 꼭 가겠다는 건지 그 이유를 모르겠네!”

“동생이 오빠 집에 놀러가는 것도 꼭 이유가 있어야 돼요?”

“아니? 꼭 그렇게 말을 하면 나도 더 이상 말리지 않겠지만”

“나 오빠 집에 가면 할머니가 저녁은 먹여 주시겠지요?”

“글쎄 그것은 내가 장담을 못 한다”

철민이가 수정이와 이렇게 서로 말을 주고받고 하는 사이에 자기 할머니 집에 다 왔다.

집으로 들어서니 전자랜드 주인남자가 앞서 와서 텔레비전 설치를 다 끝내고 방송국 프로그램을 돌려가며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리모컨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할머니! 저 왔어요!”

수정이가 철민이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자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미소가 온 얼굴에 번지며 아주 좋아했다.

“응? 이게 누구야? 세탁소 집 딸 수정이네!”

“할아버지 할머니 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

“그래”

철민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수정이가 철민이와 함께 자기 집으로 찾아 온 것이 너무도 반갑고 좋은지 싱글벙글 하였다.

전자랜드 주인남자가 텔레비전 설치를 끝내고 돌아가자 수정이가 철민이 할머니를 도와 저녁을 차렸다. 그리하여 철민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수정이와 철민이가 모두 한자리에 앉아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저녁반찬 이라야 멸치와 두부를 넣고 끊인 된장찌개에 묵은 배추김치가 전부였다. 갑자기 수정이가 왔다고 철민이 할머니가 계란 부침을 만들었다.

그래도 수정이는 이런 반찬에도 저녁을 싹싹하게 맛있게 잘 먹었다.

오랜 만에 본 수정이가 이렇게 스스럼이 없이 모두를 대하니 철민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마치 수정이를 자기들의 손자인 철민이의 색시로 대하듯이 하였다. 하기야 눈에 넣어도 하나도 안 아플 정도로 생기발랄하고 귀염성이 있는 수정이를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았다.

“이제 수정이는 집에 가 보아야지 내가 집에까지 태워다 줄게”

“아니? 난 오늘 밤 여기서 자고 갈 건데 오빠는 밤에 어디 갈 데가 있어?”

부담스런 마음에 하는 철민이의 말에 수정이는 뜻밖에도 자고 가겠다는 말을 하며 일어설 기미가 전혀 없다.

“내가 밤에 가기는 어딜 가? 수정이 네 부모님들이 무척이나 기다리고 계실 것 같아서 그러는데”

“오빠는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좀 전에 우리 엄마에게 여기서 자고 간다고 그랬어요!”

“그래? 아니? 수정이 어머니께서 네가 우리 집에 자고 간다고 했는데 아무 말씀도 없었어?”
“응? 오빠네 집에서 자고 간다고 하니까 ‘알았다’ 하고 승낙을 했어요.”

“그래? 하긴 너희 어머니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를 너무나 잘 알고 계시니까 아무 걱정이 안 되는가 봐”

철민이는 더 이상 수정이를 자기 집으로 돌려보내려는 생각을 바꾸었다.

이리하여 한 동네에서 함께 자란 수정이가 철민이네 집에서 하룻밤을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넓은 집이 아닌지라 수정이는 철민이의 방에서 자기로 하고 수정이에게 방을 내어 준 철민이는 마루에서 자기로 했다. 철민이가 마루에 이불을 깔고 누우려는데 수정이가 나와서 곁에 붙어 앉는다. 늘씬하게 쭉 빠진 두 다리가 철민이의 눈에 선뜻 들어왔다.

“내가 중학교 때 오빠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오빠가 동네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을 때 내가 막 졸랐지 나도 하나 사 달라고 그러면 오빠가 꼭 나에게 하나를 사서 주고는 행하니 골목길을 올라가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그러냐? 내가 붕어빵을 사서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먹을 때 어느새 수정이 네가 내 곁에 와서 그네에 앉으면 차마 혼자서 먹지를 못하고 너에게 붕어빵을 주면 너는 싹싹 잘 받아서 먹고는 했는데 그런 네가 이렇게나 커서 아가씨가 다 되고 정말 신기하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인가 눈이 갑자기 왔었는데 혼자서 눈길을 걸어서 가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오빠가 걸어오는 거야 내가 너무 좋아서 ‘오빠!’ 하고 곁으로 달려서 가다가 그만 눈길에 미끄러졌지요 그것을 보고 오빠는 나를 일으켜주며 빨간 외투에 묻은 눈을 툭툭 털어주면서 ‘수정아! 너 이러다 감기 들면 어쩌려고 그래?’ 하면서 내 손을 잡아서 끌고는 우리 집에 까지 데려다 주었어요.”

“그래 그때는 왜 그런지 수정이 네가 꼭 내 여동생 같은 생각이 들어서 늘 같이 지내고는 했지 그런데 수정이 네가 이렇게나 많이 큰 것을 보고는 정말 놀랬다”

“오빠는? 내가 이렇게 많이 크면 안 되나?”

“아니? 안 되는 것이 아니고 신기하다는 것이지”

“오빠는 내가 이렇게 크니까 겁이 나?”

“겁은 무슨?”

이렇게 수정이와 철민이가 나란히 마루에 앉아서 서로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정답게 시간을 보내는데 수정이가 슬며시 철민이의 어깨에 자기의 머리를 기댄다.

이런 수정이의 행동에 철민이는 당혹하여 마음에 갈등이 생겼다.

그냥 생각 같아서는 귀여운 자기 누이동생 같은 수정이를 꼭 껴안고 입맞춤도 하고 볼록한 젖가슴도 만지고 그냥 이불 속에서 한바탕 요동을 치고 싶은 욕망이 치솟아 올랐지만 애써 참았다.

“오빠! 나 한 번 안아 봐요”

“뭐? 아니 수정이 너 참?”

“왜? 오빠는 내가 마음에 안 들어요?”

“수정이 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문제다”

“그럼 한 번 안아 봐요”

“그래 내가 너를 안았다고 울며 떼를 쓰면 안 된다”

“오빠가 나를 안아주는데 왜 떼를 쓰나요?”

한참 욕망이 치솟아 오르는데 수정이의 이런 태도에 철민이는 너무나 황당했지만 이런 좋은 떡을 먹으라고 하는데도 안 먹는다면 그것은 정말 천치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민이가 수정이를 살짝 껴안으며 얼굴을 갖다 대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정이가 철민이의 품에 쏘옥 안겨서 들었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수정이의 얼굴이 철민이의 얼굴에 와 닿으니 그만 온몸이 떨려서 왔다.

“수정아!”

“왜요 오빠!”

자기도 모르게 철민이가 수정이의 이름을 부르자 품에 안긴 채 황홀감에 잠겨 있던 수정이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대답을 한다.

“이제 우리 그만 자자”

“그래요 나 오빠 품에 이렇게 안겨서 잘 게요”

“응? 이렇게 둘이 안고 잔다고?”

“네”

“애는 참 이러다 일 나면 어떡하려고?”

“아이 참 그런 걱정은 말고 나 오빠 품에 안겨서 있는 것이 너무 좋은데”

그러나 철민이는 수정이를 안고 있는 것이 너무나 부담이 됐다.

수정이가 이제는 어린 아이가 아니고 다 큰 처녀인데 이렇게 무작정 안고 잔다는 것이 큰일 날 일이다.

바로 그때였다.

공중에서 환한 빛이 비치더니 그 빛 속에서 천수보살님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리고 아주 영롱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철민아! 수정이는 아직 네 여자가 되기에는 때가 이르다 그러니 수정이를 고이 잘 지켜서 먼 훗날에 네 여자가 되도록 해라!”

“천수보살님! 지금 참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어허! 뭘 그것도 못 참아서 그러냐? 그러고도 사내대장부라고 말할 수가 있겠느냐? 이 밤에는 그냥 수정이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으면 된다.”

“그냥 수정이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으라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그러다가 제가 못 참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더 이상 천수보살님은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다.

“천수보살님! 천수보살님!”

철민이가 천수보살님을 부르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동녘 하늘이 환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그제 서야 모든 사실이 환하게 떠오르며 주위를 살펴서 보니 철민이 할머니가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느라 분주하시고 마루에 누워 있는 철민이의 품에 수정이가 꼭 안겨서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었다.

철민이가 수정이를 전자랜드 매장 앞에 내려서 주고 가니 주인여자가 재빨리 눈치를 채고는 물었다.

“어제 수정이 너 사장님 댁에 따라갔다더니 설마 함께 잠을 자고 오는 것은 아니겠지?”

“어제 밤에 오빠 집에서 잠을 자고 지금 이리로 오는 길이예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저를 너무나 귀여워 해 주시며 편안하게 잘 대해 주셨어요.”

“그래? 그럼 이제 자주 가도 되겠다”

“아마 그럴 거예요”
수정이는 전자랜드 주인여자에게 아주 자랑스럽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수정이 너 사장님과 일이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어떻게 하기는 요 철민이 오빠와 함께 살면 너무 좋지요”

“하아 요즘 아가씨들은 저렇게 당차다니까”

전자랜드 주인여자는 수정이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회사에 출근을 하니 비서인 정미희가 사장실로 들어와서 철민이에게 긴급 보고를 했다.

“사장님! 전무님께서 당분간 회사에 출근을 못하신답니다.”

“응? 왜? 무슨 일이 있다고 그래요?”

“네 자세히는 잘 모릅니다. 전화 통화로는 이제 당분간 사장님께서 모든 일을 직접 하시랍니다.”

“그래요? 그럼 오늘부터 비서실에서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건설공사 내역들을 잘 살펴서 보고 모든 일에 하자가 없도록 진행시킬 사업계획서만 올리도록 하세요.”

“네 잘 알겠습니다.”

철민이의 말에 정미희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한 후에 사장실을 나갔다.

“도대체 신혜씨는 왜 회사에 못 나온다는 말을 비서에게 했을까?”

박신혜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철민이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회사에 나오지 말라고 해도 나올 박신혜인데 갑자기 회사에 나오지를 않으니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박신혜의 집을 찾아 갈 수도 없었다. 엄연히 박신혜의 집에는 그녀의 남편이 있는데 괜히 끄떡거리고 찾아가봐야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저녁이 되어서 퇴근을 하려다가 오늘 처리된 결재서류를 들고 들어 온 진옥경이를 보자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났다.

“오늘 저녁에 많이 바쁘지 않으면 우리 함께 식사라도 하지요”

“그럼 정비서에게도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철민이의 말에 진옥경이는 선뜻 좋다고 허락을 했다.

퇴근길에 철민이는 자기 차에 정미희와 진옥경이를 태우고 평소에 박신혜와 자주 가던 [초연] 이라는 한정식 집에 갔다. 모처럼 두 여비서와 마주 앉아서 저녁을 먹으니 왜 그런지 기분이 좋았다.

“그 동안 남모르게 수고를 한 두 비서에게 여태껏 저녁 대접 한 번도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저녁식사를 함께 하니 내 마음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어머! 너무 감사해요 사장님!”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런 귀한 대접을 해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정미희와 진옥경이는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밥상을 보면서 말했다.

저녁을 먹고 나자 진옥경이가 모처럼 이렇게 함께 모였는데 노래방으로 가자고 은근히 철민이를 졸랐다.

“사장님! 이번 순서는 제가 사장님을 노래방으로 모시고 가고 싶은데 허락해 주세요.”

“아 그래요? 우리 옥경씨가 노래방으로 가자고 하는데 내가 당연히 가야되겠지요.”

진옥경이의 말에 철민이는 쾌히 승낙을 하며 정미희와 함께 셋이서 노래방으로 갔다. [신나라] 간판이 붙은 노래방으로 들어가자 안내를 하는 여자가 나와 특실을 안내해 주더니 맥주와 안주 등을 주문을 받아 나갔다. 잠시 후 노래방 특실 테이블 위에 캔 맥주와 땅콩 아몬드 등이 쌓이고 이제 노래방 반주에 맞추어서 서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진옥경이가 마이크를 잡고 가요의 명곡이라는 [소양강 처녀]를 불렀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
돌아와 주신다고 맹세하고 떠나셨죠
이렇게 기다리다 멍든 가슴에
떠나고 안 오시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정말로 진옥경이는 소양강 처녀를 너무나 잘 불렀다. 온몸을 살래살래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진옥경이를 보자 철민이는 그만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었다. 이에 질세라 마이크를 넘겨받은 정미희는 갑자기 분위기를 백팔십도로 변화시키며 아침 이슬 같은 [한계령] 이라는 노래를 애조 띠게 불렀다.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이렇게 진옥경이와 정미희가 번갈아 가면서 주옥같은 노래들을 계속 부르고 있었지만 정작 철민이는 잘 부르는 노래가 별로 없어 노래를 부르지 않고 듣기만 하고 있으니 진옥경이와 정미희가 철민이의 양쪽에 붙어서 앉더니 이번에는 꼭 노래를 하라고 독촉을 했다. 그녀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자리에서 일어난 철민이는 마이크를 잡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해병대 교관을 하던 시절에 즐겨 불렀던 [전선야곡]을 불렀다.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도 차거운데
단잠을 못 이루고 돌아눕는 귓가에
장부의 길 일러 주신 어머님의 목소리
아~ 그 목소리 그리워

들려오는 총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길 속에 달려간 내 고향 내 집에는
정안수 떠 놓고서 이 아들의 공 비는
어머님의 흰 머리가 눈부시여 울었소
아~ 쓸어안고 싶었소


철민이의 [전선야곡] 노래를 듣고 있던 정미희와 진옥경이는 그만 감동에 젖어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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