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온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침대위에 벌렁 누워 천장을 바라보자 남자와 함께 보낸 지난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내게 일어난 것이었다.
전혀 다른 내가 된 것 같아 내 스스로에 겁이 났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게 나를 리드하던 남자의 손길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아니야 절대로 이젠 다시 만나면 안 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도리질을 해보지만 이미 내 맘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남자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문득 전화번호를 빼고 남자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도 알지 못하고...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요란한 전화 벨소리가 나를 깨웠다
수화기 속에서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제는 어디 갔었어? 아무리 전화해도 받지 않고 ...핸드폰은 꺼져있고..."
[집에 있었는데...당신도 없고 무서워서 전화기 선 빼놓고 잤어요]
난 어느새 능숙하게 거짓말을 둘러대고 있었다.
"어~그랬어!~·이곳에 일이 좀 늦어서 며칠 더 걸릴 것 같으니 그렇게 알아"
늘 그랬다 자기 할 말만 하면 전화를 끊어버리는 남편이 야속했지만 늘 그런 식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난 거실의 커튼을 활짝 열어젖히며 밖을 응시했다
제법 굵은 빗방울이 창틀을 때리고 밖에는 어느새 어둠이 짙게 드리우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점점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베란다의 창을 때리는 소리가 밤의 고요함을 깨트리고 있었고
거실에서 내려다보는 한강의 풍경이 오늘따라 쓸쓸하게 느껴졌다
지난밤의 시간이 어쩌면 내게 너무나 큰 혼란을 가져 왔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쾌락의 극치는 나를 점점 그 남자에게로 옭아 메고 있는 것 같았다.
점점 내게서 무심해져가는 남편과 자식들에게서 내 자신이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잠시 나를 회상해 보는 시간 속에서 문득 아침에 헤어진 남자의 모습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 정말 이래선 안 되는데..." 생각하며 머리를 흔들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팬티가 축축해지며 하체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나옴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난 욕실로 들어가 팬티를 벗었다
팬티 앞에는 남자의 정액이 흘러나와있었다
미끌미끌한 촉감과 야릇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며 짜릿한 전율이 돋았다
샤워를 끝내고 화장대에 앞 거울에 비쳐지는 내 모습이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염없이 대지를 적시는 빗소리가 베란다 창을 두드리고 유난히 밝게 빛나는 한강의 유람선
불빛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풍경을 난 아무 생각 없이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어제 남자와 함께한 시간은 나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서쪽 붉게 드리우는 석양의 노을처럼 내게 숨어있었던 열정에 불을 지핀 결과가 되었다

아침에 헤어진 남자가 그리워지며 외로움이 밀려왔다
전화기를 들고 몇 번인가를 망설였다.
어떻게 할까? 물밀듯이 밀려오는 그리움에 사랑이라는 것이 유치하기만 했다
단순히 남자의 몸이 그립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그 남자의 손길에서 잠자고 있던 욕망의 불씨에 불이 붙고 있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내실로 들어갔다
항상 그 자리에 있던 침대도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침대에 누웠지만 남자와 보낸 시간들이 더욱 뇌리에 각인되며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아~음 내가 왜 이러지"
잠을 이룰 수가 없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면제 두 알을 먹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약기운이 몸속에 퍼지기 시작하며 난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그날을 보낸 나에게 새로운 아침은 웬지 모를 공허와 외로움이 엄습해온다
휑하니 아무도 없는 이집이 낯설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직 가정만 알았던 내가 그날의 산행이 이렇게 타락하게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고 남편에게 순결을 바친 후 처음으로 맞은 남자에게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오르가즘의 향연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강한충격은 나를 새로운 여자로 만들어 놓았다

남편 회사가 해외지사를 내고 그러다 보니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들과 딸에게 전화를 해봐도 바쁘다는 핑계뿐...
오늘은 그 남자에게 전화를 해야지 하다가도 남아있는 "더 이상 죄짓지 말자"라는 남아있는 조그만 양심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고 난 또다시 예전처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남자의 향기는 잊을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네요
추천에 꾸욱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