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그때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사랑이 그리운 것은, 지금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이렇듯 지옥 같은 나날을 이어가던 중 동네마트에서 우연히 학교동창을 마주쳤어요. 내가 먼저 봤더라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동창이 먼저 아는 척 하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어요.
오랜만에 만난 동창은 입에 모터를 단거 마냥 정신없이 수다를 떨더군요. 동창의 입을 통해 오빠와 은주의 소식을 들었어요. 오빠는 사업체를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갔다고 하더군요. 은주는 옷가게 문을 닫고는 현재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군요. 풍문에는 아들을 데리고 진주로 내려갔다고도 하고, 또는 인근 소도시에서 노래방을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는 군요. 동창들은 우리 세사람의 사건을 전혀 모르는 듯 했어요. 은주가 고마웠어요.
그리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어요.
오빠도 아팠네요. 은주도 아팠군요. 저도 아팠고…
그래도 저는 지금 이자리에 이렇게 있네요.
여전히 남편 출근시키고, 애들과 지지고 볶고 하면서요.
감사해야겠죠? 특히 남편에게요…
죄값을 치뤄야죠. 지옥 같은 나날이지만 하루하루 견뎌가야겠죠.

어제는 남편과 소주 한잔 했어요. 그냥요. 그 일이 있고 난후 단둘이 술마시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미안하다 하니…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계속 같이 살려면 더 이상은 미안하다 말하지 말라 하더군요.

오늘 낮에는 ‘건축학개론’이란 영화를 다운 받아 봤네요.
첫사랑….
그 아련한 추억….
그리고 그 보다 더 큰 아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그때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사랑이 그리운 것은, 지금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